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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의 기합, 처음엔 '이걸 왜?'
기합은 검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다른 격기, 격투기 종목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복싱 스파링, 스텝을 밟을 때 내뱉는 '츄츄'하는 숨소리 정도? 어쨌든 검도에서는 기합이 필수적이다.
https://youtu.be/bAvrRHXevl0
https://youtu.be/-lwjAS9tZVE
https://youtu.be/ncp-S2NXysc
검도 경기에서 기합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호구커플' 채널 추천 영상 3편
일단 '기검체 일치'라는 개념 때문이다. 검도경기에서 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정해진 부위에 타격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기합+타격+발구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정확한 부위를 맞춰도 어쩌다 검으로 툭 건들이기만 한 건 점수 인정이 안 된다는 거다.
하지만 은근 낯가림이 있는 나였기에 처음에 검도를 하려면 기합을 내질러야 한단 사실이 매우 싫었다...
처음엔 아예 기합을 내지도 않았다.
솔직히 어떻게 기합을 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얍? 야압? 어이? 아아? 정말 처음 경험하는 행위였달까! 솔직히 나는 일상생활에서 고함을 지를 일조차 없었다.
그렇게 두세 달간 기본자세를 배우고, 호구를 입기 시작한 후에야 조금씩 기합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색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기합이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합이 나오게 된 것은? 진짜 대련에 몰두했을 때!
이후로도 쭉 검도 수련을 하지만, 여전히 기합을 크게 내지르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말 단전에서 올라온 듯한 진심 100%의 기합이 막 나올 때가 있다.
바로 실전 대련 또는 '진짜 힘들 때'다.
사범님께서 기합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하시길 '내가 정말 힘들 때 한 번 더 기세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기합'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도장에서 소소하게 연습만 할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대회에 나갔을 때 목이 아프도록(원래 목이 아프면 안 된다고 하지만) 기합을 크게 내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힘들지만 끝까지 정신을 차려야 하는 상황! 이때 기합을 제대로 내는 것이 다시 한번 힘을 북돋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경기는 졌다...
그리고 기합을 지르는 또 다른 이유인 '기세'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물론 기합을 안 질러도 눈빛과 자신감으로 기세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시원하게 내지르는 기합만큼 확실히 내 투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없는 듯하다.
또 기검체 일치라는 개념에 익숙해지고 나니 기합을 통해 더 정확하고 강한 타격이 이뤄지는 걸 점점 느끼게 된다. 심지어 이제는 이 기합을 통해 스트레스까지 푸는 기분이다.
정말이지 기합은 단순한 소리지르기가 아닌 것 같다. 무예를 닦는 이들이 그토록 기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를 이제 알겠다.
싫었던 기합이지만... 이젠 없으면 답답해
최근 헬스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혼자 묵묵히 득근하는 재미가 상당히 색다르다. 그런데 아쉬운 게 있다. 소리 없이 침묵 속에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헬스장에도 마음껏 소리를 내며 운동하는 이들을 볼 수 있긴 하다. 주로 가오(?)와 허세로 중무장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하지만 이는 지나칠 경우 민폐 소리를 듣는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 너무 큰 소음은 내지 않는 것이 매너다.
하지만... 답답하다! 검도할 때는 1기합=1타격일 정도로 힘을 쏟을 때마다 강하게 소리를 낼 수 있었고 또 그게 꼭 필요한 일이었는데, 헬스장에서는 힘들 때도 속으로만 으윽..! 이라고 외쳐야 한다는 것이...
또 다소 내성적인 성격의 나이지만 혼자 묵묵히 운동하는 것이 꽤 인내심을 요구하는 행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검도장에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와 별개로 대련을 하고 교검을 하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절절하게 느낀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검도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기합이나 대련이 부담스러워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 일상이 얼마나 지루했을까 싶다.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무엇이든 지레 겁먹고 피하지 말고, 해본 후에 결정하자는 왜인지 굉장히 건설적인 다짐을 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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